나는 미아리 Y고 출신이다. "미아리"가 주는 어감상 굉장히 후진 동네에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사실 학교도 굉장히 후지다. 내가 그 학교를 나왔으니 누가 뭐라해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굉장히 후지다고. 요새는 또 어떨런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다닐때는 그러했다.

 

같은 이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며 운동장을 공유했는데 유독 초등학교만 굉장히 잘 나가는 구조였다. 사립 초등학교라서 그런지 그쪽 음악시간이 되면 리코더나 멜로디언 뭐 이런 소리가 들리는게 아니라 왠 현악기나 플루트(그게 플루트인지 피콜로인지 내가 알 순 없지만 암튼 관악기)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오죽 하면 "Y초등학교 부속고교"라고 학생들이 자평했겠는가. 초등학교 스쿨버스가 들어올 시간이면 짤없이 농구장을 비워줘야 했고 초등학교가 운동회라도 하는 날이면 점심시간에 운동장 나가는 것도 제한당했다. 암튼,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내가 학교를 다닐 때도 수준별 이동수업을 했다. 해당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이었는데 나중에는 과학도 선택과목별로 이동수업을 했다. 귀중하기가 다이아몬드보다 더 소중한 쉬는 시간 10분이 책들고 이동하며 자리맡는데 (그것도 뒷자리 먼저 맡기 전쟁) 소요되기 때문에 이동수업은 짜증나기 이를 데 없는 짓이었다. 게다가 이것이 얼마나 무의미하냐면 그것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수준차가 확연히 나기 때문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감히 선생의 수준을 가를 수 있겠느냐 하겠지만 내가 받던 이동수업의 선생님들은 겉보기에도 확 차이가 나는 수준이었다.

 

이를테면 수학의 경우....

 

수학의 S선생님, 남자분이었지만 여자반의 담임이라 그런지 여학생에게는 굉장히 상냥하고 남학생에게는 가혹한 분이었다. 이 분의 수업시간에 졸다가 걸리면 (혼나도 싸긴 하다;;;;) 끝날 때까지 문고리를 붙잡고 있어야 했다. 물론 똑바로 서서가 아니라 몸을 등쪽으로 젖힌 채로 말이다.;; 그렇지만 S선생님의 수업은 꽤나 명쾌하고 이해가 수월하여 전체의 과정을 한 눈에 꿰뚫어 보게 하는 눈을 길러주는데 탁월했다. 미분을 암산으로 하는 방법이라든가 삼각함수의 전개가 왜 필요한지 설명해주시던 기억이 난다.

 

수학의 J선생님, 역시 남자분이며 굉장히 쾌활한 분이었다. 특유의 말버릇과 바지 치켜올리는 추임새는 모든 학생의 선생님 따라하기 개인기 1번 사례. 설명이 굉장히 자세하고 치밀해서 저수준의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되지만 진도가 도무지 나가지 않는 단점이 존재;; 숙제가 좀 많았다. 그렇지만 숙제를 해 오지 않는다고 특별히 뭐라 하기 보단 숙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항상 강조. 내 생각에는 진도가 늦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한 거 같은데;; 진도도 늦은 와중에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수업의 방향이 함흥차사로 빠지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좀 지루했을 것 같기도 하다.

 

수학의 K선생님. 아, 진짜. 잠깐 웃음 좀 마저 웃고... 서울대를 나오셨고 영어를 독학으로 전공하시어 영문소설을 직역으로 읽을 수 있는 분이라곤 하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이 분의 별명은 "칠뜨기"였다;;;; 요새 허경영보면 가끔 이 선생님 생각이 난다. 자기가 지은 노래가 하나 있는데 그게 아직 서울까지 안 와서 그렇지 남부지방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현재 북상중이라고 항상 강조했다;; 애들이 그 노래를 불러달라도 조르면 이상한 춤과 더불어 뭔가 대폿집 아줌마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로...... 이하 생략. 도저히 글로 그 분의 아스트랄함을 소화할 수가 없다. 이 분이 굉장히 똑똑하시다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본인이 너무 똑똑해서 그런지 애들에게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 설명을 해주질 못 했다. 천재는 둔재를 이해 못 한다는 그런 상황인지, 암튼 이 분한테 삼각함수 변환에 대해서 배웠었는데...... 난 도저히 그걸 이해 못 해서 나중에 대학수업들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K선생님은 문제를 풀면서도 문제를 읽기만 해도 답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중간과정을 서술하지 못 했던 거야;;;;

 

내 기억이 정확한 것은 아니고 모든 수학 선생님을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대략 이 정도로 구분하자면 어느 선생님이 우(優)반과 열(劣)반을 맡아야 할지 보이지 않는가? J선생님이라면 단연 열반을 맡아 미진한 진도를 세심하게 돌보며 수업을 진행할테고 S선생님이라면 중간수준의 학생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붙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K선생님은 진짜 초특급 상위 1% 학생들만 가르쳐야 될 거 같다;; 진심으로.

 

근데 문제는 우열반 선생님의 배치가 분기별로 바뀐다는데 있다;; 뭥미.

 

내가 저 위의 선생님들을 모두 겪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처음에는 수학 우반이었고 첫번째 시험 이후 열반에 한번 내려갔다가 나중에는 계속 우반이었는데도 선생님이 계속 바뀌었다;; 우반 선생님이 1분기때는 J선생님이었다가 어떨때는 S선생님이었다가.... 특히 3학년 우반 수업 마지막 선생님이 저 K선생님이었다!! K선생님이 대폿집 색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나는 그냥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영어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그 덕분에 내 수능때 수리영역1의 점수는 그야말로...... ( 물론 그것보단 DDR와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이 더 클런지도 )

 

우열반 편성, 혹은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해서 찬반을 묻는다면 나는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편이다. 학생들의 학업 능력에 수준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또한 그것을 세분화하고 반을 나누다보면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수준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것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자세를 길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우열반 편성의 운영이 저 따위로 될 바에는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등수별로 나뉘며 가르치는 선생님의 성향이 학생들과 전혀 맞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오히려 수업의 질이 하락할 것이고 집중도 역시 마찬가지다. 반대의 예로, 학생들이 직접 과목을 선택했던 과학 선택과목의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잘 가르치고 인기가 좋았던 생물반이 북적북적였고 성적도 대체로 좋았던 반면 스스로 과열하는 데다가 가끔 정신이 실종하던 물리선생님반에는 진짜 물리를 사랑하는 애들만 모여서 오히려 성적이 더 잘 나왔다고 했다.

 

어설픈 운영은 때론 독이 된다. 그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