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그러니까 2008년 10월 19일. 우리 부부는 그 동안의 연애를 끝내고 친척, 친구,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 행복하게 같이 살겠노라고, 오늘밤부터 한 이불을 덮고 자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19일, 기념할만한 결혼1주년을 맞이하여 두 사람만의 여행을 떠났다.

 

지뇽이 뱃속의 아이덕분에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만의 여행은 아니었지만 이렇듯 두 사람만이 오붓하게 길을 떠나본지도 꽤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즐거웠다. 비록 예상했던 코스도 아니고 보고 싶어했던 것들도 다 볼 순 없었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그 시간 자체를 즐기면서 연애할때도 늘 그랬듯이 즉흥적인 경로설정과 가고 싶은 곳 무턱대고 가기 신공으로 두 사람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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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에서 자고 출발했기에 출발지가 대구다. 울산에 비해 항상 70~80원 가량 저렴한 대구 셀프주유소에서 만땅으로 주유를 시켰다. 계기판에 나오는 주행가능 거리는 598km. 먹을 것도 잔뜩 싣고 출발~!

 

처음엔 신불산에 있는 억새평원을 보고 울주군 어딘가에 있다는 하늘이 열리는 모텔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었다. 별로 급한 것도 없었기 때문에 고속도로도 이용하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경산을 거쳐 신불산으로 갔는데, 억새평원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휴일이라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앞에서 차를 돌리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봐서 무슨 사고가 나거나 아니면 억새평원을 통제하고 있는 중인듯 싶었다. 결국 석남사 밑으로 내려와 개울가에서 장모님이 싸주신 도시락을 까먹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통영에서 회를 먹자는 결론을 도출.

 

차를 돌려 통영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역시 고속도로는 이용하지 않는다. 밀양, 창원, 마산 등지를 거쳐 통영에 도착! 예전에 주말에 한번 통영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끔찍한 정체에 돌아버리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시내가 조금 한산했다.

 

중앙시장을 몇 바퀴 둘러보았지만 그닥 회가 땡기지 않았던 고로 멍게 5,000원 어치만 사고 나왔다. 대신 통영의 자랑 충무김밥을 먹었다. 분식에 일가견이 있는 마눌님의 의견에 의하면 예전에 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었던 충무김밥에 비해 훨씬 맛있다고 하는데....... 뭐, 나는 그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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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돌려 거제도로 가기로 했다. 통영에 들어오기 전에 통영 관광정보안내소에 들러 소개 책자를 보는데 통영과 거제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충격!! 거제도는 섬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십수년전에 다리를 놓았겠지만 저는 지금 알았다구요!!

 

14번 국도는 시원하게 뚫려있었다. 물론 거제 시내에서는 조금 막히긴 했는데 장승포를 지나고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할때는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공간만이 보이는 상태로 도로를 달렸더랬다. 게다가 거의 산악도로;;; 커브가 아주 그냥.......

 

원래 장승포에서 숙박하려고 하였는데 예상보다 숙박비가 너무 비싸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남쪽도 그닥 뭐 싼건 아니었지만 한가해 보이는 모텔 하나에서 여독을 풀었다. "흑진주몽돌해안"이라는 곳이었는데 밤에 보고 또 다음날 낮에 본 바다는 참 한가롭고 아름다웠다. 여기서 모종의 범법행위도 했으나, 음, 이하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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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고 있자니 해안가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서해에서는 배가 침몰하고 동해해서는 배가 실종되었단다-_-;;; 거제도에 "외도"라는 유명한 섬도 있고 해금대라는 경치 좋은 해안풍광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분위기상 배가 뜰 것 같지가 않았다. 대신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 등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마눌님의 표현에 의하면 "가슴이 탁 트인다!"란다. 하긴, 바람도 워낙 시원하게 불어와서 도리어 추울 지경.

 

돌아오면서 통영에 들러 해물칼국수로 점심을 하고 혹시나 싶어서 미륵산 케이블카쪽으로 가보았으나 역시 바람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ㅠ_ㅠ 돌아올때는 고속도로를 탔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탄 다음 남해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울산으로 돌아왔다.

 

1박 2일간의 여정. 그리고 즐거운 시간들..... 글을 재미나게 쓰는 방법을 못 찾겠다. 그저 사실만 기록해둘 따름.